폐어망 재활용 ‘컷더트래쉬’ 임소현 대표바다에 버려지는 폐그물 매년 4만t인간에도 해양생물에도 치명적 영향“0.01%라도 줄이는데 기여하는게 꿈종착지는 플라스틱 대체소재 만드는 것” 폐어망 소재로 의류를 디자인하는 스타트업 컷더트래쉬의 임소현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후년까지 연간 4t의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컷더트래쉬 제공]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면서, 그냥 일반 제품에다 재활용 소재 조금 더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그거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이잖아요.”폐어망 재활용 스타트업 ‘컷더트래쉬’의 임소현(27)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 환경에 기여한 정도는 미미할지라도, 그 마음까지 진심이 아니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임 대표는 10대 때부터 꾸준히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걸 꿈꿨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업계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를 말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른 브랜드들이다. 마치 주문을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처럼 빠르게 유통된다는 의미에서 패스트패션이란 명칭이 생겼다.사계절이 아닌 한 달에도 몇 번씩 신상품이 소개된다. 그러다보니 패스트패션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도 꼽히고 있다. 환경으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중 30% 이상이 합성 소재 의복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임 대표는 패스트패션 산업을 보며 자칫 환경오염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는 “고교부터 대학까지 패션 산업 공부를 했는데, 패스트 패션 열풍을 보면서 ‘환경에 이토록 악영향을 미치면서까지 내가 패션 산업에 몸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폐어망 그런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평생 목표인 패션을 환경에 보탬이 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는 폐어망에 주목했다. 이미 해외에선 폐어망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있었고, 패션 산업 내에서도이 문제에 기여하기 위한 고민을 내놓고 있었다.어망을 비롯한 폐여구는 한 해에만 4만t 가까이 바다에 버려진다. 한국해양환경공단이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당해 폐어구 유실량은 3만8105t에 달했다. 당해 전국 해양쓰레기(초목류를 제외)의 45.3%에 이른다. 특히 폐어망은 수거도 어렵다. 바닷속에 가라앉아 해양생물을 옥죄고, 잘게 분해되더라도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생물에 유입된다.임 대표는 “해외에선 이미 구체화됐지만 국내에선 미비한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러다 발견한 게 폐어망 재활용 아이템이었다”며 “2019년에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하고, 폐어망을 확보하고자 전국 수십 곳 포구를 찾아 다녔다”고 회상했다. 컷더트래쉬 임직원 등이 폐어망 소재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컷더트래쉬의 사업이 본격화된 건 지난해부터다.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가 진행한 창업 아이디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폐어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폐어망 수거 장소에 가면, 일주일만 지나도 버려진 그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며 “여기서 재활용 가능 폐어망을 고르는 일, 즉 ‘폐어망 쇼핑’이 우리 일의 시작”이라고 했다.처음엔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제품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친환경을 강조하는 행사의 소품이나 기업 브랜딩을 위한 친환경 판촉물 제작을 맡기려는 곳이 늘어나면서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같은 매출 구조는 컷더트래쉬가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토대이기도 하다.그는 “제작을 의뢰한 제품이 ‘친환경적인 척’만 하는 건 아닌지 깐깐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컷더트래쉬의 제품은 100% 재활용 소재만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분에만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놓고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홍보하는 그린워싱은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물론 컷더트래쉬 역시 폐어망 소재만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폐어망 소재만 활용해선 디자인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페트병 등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생산한 원사를 구매해 폐어망과 함께 사용한다. 컷더트래쉬가 폐어망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가방 제품. [컷더트래쉬 제공] 임 대표는 “결국 제품이 소비돼야 환경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친환경적이라는 것만 앞세우기보다는, 디자인이 예뻐 우리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폐어망의 규모를 감안하면 컷더트래쉬가 환경에 기여한 정도는 미미하다. 하지만 0.01%라도 폐어망을 줄이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 컷더트래쉬의 꿈이다. 임 대표는 “오는 2024년까지 연간 4t의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며 ”‘고작 그거 만들어서 문제가 얼마나 나아지겠어’ 하는 질문에 당당해지고 싶다“고 말했다.임 대표는 플라스틱 및 폐어망의 재활용이 패션 산업의 본질적인 대안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재활용 소재로 옷을 만드는 것은 쓰레기의 수명을 고작 몇 년 더 늘릴 뿐,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임 대표는 “쓰레기를 제품으로 만들어 고작 한 번 더 쓰는 게 진정한 친환경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종착지는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만들고, 이를 합성소재만큼 견고하게 개발해 지속가능한 패션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준선 기자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21024000408